창작 시나리오 강의 # 4-2강(4-2/90)

창작 시나리오 강의 # 4-1강(4-1/90)

6) 객관적 드라마와 주관적 드라마

 

. 객관적 드라마와 주관적 드라마로 가겠습니다.

 

본문 처음부터 멋진 표현이 있죠.

 

이제 겨우 기어다닐 만한 어린아이를 절벽 꼭대기에 올려놓았다고 하자.

 

이 상황 자체로 드라마가 만들어지죠. 객관적 드라마라고 치면 액면 그대로예요. 책장이 무너져서 내가 깔렸어요. 꼼짝 못 해요. 이런 상황이 객관적 드라마예요. 그런데 책장 무너질 때 위에 있던 쥐약이 떨어져 구른 걸 키우던 강아지가 봤어요. 병속에 들어가 있는 쥐약인데 문제는 이 강아지가 병마개를 딸 줄 알아요.

 

난 꼼짝 못 하는 객관적 드라마. 강아지가 병마개를 딸 줄 아는 객관적 드라마. 이걸 독자가 인식하고 있을 때, 강아지가 쥐약을 발견한 상황은 주관적 드라마가 되겠죠.

 

본문과 연결할게요.

 

사람이 절벽 꼭대기에서 떨어지면 죽어요. 애는 그걸 몰라요. 이 두 가지를 독자가 주관적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본문에 나온 장면이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여기서는 일반적인 상식만을 무기로 사용했는데, 작품을 진행하면서 독자에게 어떤 상식을 주입시킬 수도 있죠. 좀전에 말했던 병 따는 강아지 얘기처럼.

 

이건 하나의 기술이에요. 긴장감을 유발하는 특정한 기술이기 때문에 필수는 아니지만, 잘 먹히죠. 독자의 감정을 건드리기 쉬운 기술 중 하나니까 알고 계시는 게 좋아요. 그럼 이게 왜 독자의 감정을 잘 건드릴까요?

 

독자가 강아지의 능력을 알고 있어야 하니까. 이야기만 보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생각해야 하니까. 콘서트장에서 노래만 듣는 게 아니라 같이 뛰고 따라 부르니까. 참여를 하니까 더 감정적으로 몰입을 하는 거죠.

 

, 이 기술의 원천을 파악해야 해요. 독자가 몰입하게 되는 조건은 캐릭터에게 애정을 갖도록 하는 방법도 있고, 이렇게 독자가 이야기 구조에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전 시간에 잠깐 얘기했죠.

 

사람은 두 가지 중요한 성향이 있어요. 하나는 관성이고 하나는 균형이에요. 자기도 모르게 접하고 있는 걸 완성하려고 해요. , 얘기 안 했나요?

 

일단 균형부터.

 

이성적으로는 누군가 극단적으로만 가면 거부감이 들어요. 그게 균형을 맞추려는 본능 때문이에요. 자기가 균형을 파괴할 정도로 막 나가는 이유는 대부분 감정 때문이고요. 사람의 이성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야기가 불안하게 진행되면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려고 생각해요. 맞추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이야기의 뒤를 봐야죠. 그렇게 불안하게 갔는데 앤딩 났는데도 불안하면 독자는 화나죠. 그게 균형감각 때문이에요.

 

이렇게 이야기 전체에도 해당되지만 본문에 나왔듯이 부분적인 연출에도 그 감각이 통해요. 그래서 주관적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근데 객관적 드라마니 주관적 드라마니 이런 용어를 쓰면 뭔가 어려워보여서 거부감이 좀 들 수도 있죠. 뭐 똑같이 어려운 말이지만 사람은 균형 감각이 있다 라는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이건 뻘소리지만 8월 말에서 9월 중순 사이에 태어난 사람은 균형 감각이 병적일 정도로 심하다네요.

 

말 나온 김에 관성 얘기도 할게요. 사람은 뭔가 한 번 하면 그걸 유지하려는 성향이 생겨요. 중독도 거기서 나오는 거예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계속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고, 어쩌다 휴식을 취했는데 휴식이 좀 길었다. 그런 사람은 다시 규칙적으로 돌아갈 때 고생을 해요.

 

작품을 만들 때 한 번 막 나가면 계속 막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기도 하고, 잔잔하게 하면 계속 잔잔해야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는 게 다 관성 때문이에요. 이런 성향을 이용해서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평화로운 가정을 보여주다가 가족이 싸그리 죽어서 복수하기로 결심하는 이야기같은 게 있죠. 관성이 심하게 끊겨버리면 캐릭터의 인격이 뒤틀어지는 걸 독자도 인정해줘요.

 

. 정리할게요.

 

객관적 드라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얘기하고요. 주관적 드라마는 하필 그 사람에게 벌어진 걸 얘기해요. 여기서 말하는 하필 그 사람은 독자가 그 사람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거죠. 최종적으로 하필 그 사람만 있어도 안 되고, 사건만 있어도 안 되겠죠. 하필 그 사람에게 사건이 벌어져야 객관적 드라마와 주관적 드라마를 잘 사용한 게 됩니다. , 병행하란 얘기예요.

 

7) 시간과의 싸움

 

제목이 이러면 다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있죠? 마감! 마감! 마감!

 

마감도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딴 얘기예요.

 

본문을 보면 당연한 얘기를 좀 질질 끌었어요. 간단히 얘기하자면 작품 속 인물은 화장실도 안 가고 잠도 잘 안 자고 밥도 잘 안 먹는 거 같다. 딱 그런 얘기예요. 추가로 슬로우비디오 연출이라든지 하는 시간 늘리기도 포함하고요.

 

만화 쪽으로 이런 시간 개념을 얘기할게요.

 

만화 속에 컷은 한정되어 있죠. 옛날에 비해서 요즘은 페이지당 컷이 더 줄었어요. 독자가 만화를 감상하는 인내력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주변에 재밌는 게 너무 많아서가 첫 번째 이유고요. 대여점이나 웹툰처럼 만화에 투자하는 재산이 줄어들어서 가치가 떨어졌어요. 그래서 예전만큼 애정을 갖고 만화를 보는 편이 아니에요. 그냥 휙휙 넘기죠.

 

그럼 이렇게 컷이 줄었는데 그 안에 쓸 데 없는 장면을 넣으면 컷이 아깝죠. 그렇다고 이게 사건만 넣으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사건을 돋보이는 장면도 쓸 데가 있어요. 그런데 그 컷을 빼도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사건에 대한 반응이 거의 똑같다. 이야기 진행도 다 이해가 된다. 그럼 그것은 넣은 필요가 없는 컷이 되어버려요. 이게 축약이에요.

 

어떤 부드러운 이야기라면 그 분위기를 살리는 평이한 컷이 꼭 필요해요. 하지만, 평이한 컷 두 개를 넣건 한 개를 넣건 독자가 느끼는 분위기는 똑같다. 그럼 하나는 필요가 없죠. 그 컷을 대신해서 독자에게 연출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는 게 재밌겠죠.

 

초기에 창작을 배우는 학생이 이런 컷을 많이 만들어요. 그냥 이야기만 죽 진행하면서 그림과 말칸으로 만화임을 증명하는 정도로만 끝내는 경우가 많아요. 프로가 될 거잖아요. 그냥 뭐가 되건 많은 작품을 만든다고 다 좋은 게 아녜요. 아마추어의 좋은 점은 프로가 할 수 없는 걸 해도 되기 때문에 좋은 거예요. 대표적으로 뭐가 있죠? 베끼기가 있죠. 소설에서는 필사라고 하죠. 이걸 프로가 하면 표절이죠. 아마추어는 원작이 뭔지 분명하게 밝히는 한도 내에서 이 기술로 연습하는 게 제일 빨리 실력이 느는 방법이에요.

 

그리고 책으로 출간할 때 보여줄 수 없는 연출들도 아마추어는 할 수 있죠. 동인지에서 자주 보여요. 그런 작품 활동이 아마추어의 장점이지, 그냥 만화를 그렸다정도로 만족하는 건 좀 슬퍼요. 퀄리티만 조금 높을 뿐이지 그런 이야기라면 프로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많이 그리거든요. 그건 오히려 다독과제에나 어울려요.

 

진짜 자기 작업은 이야기를 꾸미는 거예요. 일상의 진실을 얘기할 게 아니라 그 일상을 허구로 장식해서 돋보이는 게 1차 단계예요. 돋보이다 못해 재밌게 하는 게 2차예요. 그리고 겪어보지도 않은 일상 자체를 창조하는 게 3차예요. 일상을 일상대로 보여주는 건 이미 통과했어야 해요.(물론 전 대중적 관점이 바탕이라는 걸 계속 얘기해요)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 그다지 재미없는 상황이다. 그럼 이야기에서 빼요. 그리고 재밌는 상황을 허구로 만들어서 끼워 넣으세요. 이게 다작을 하면서 다사를 하는 방식이에요.

 

정리할게요.

 

여러분의 페이지는 정해져 있어요. 그 페이지는 재밌게 하라고 준 거지 채우라고 준 게 아녜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된다? 해놓고 재밌게 고치세요. 이야기 하면서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그 생각에 얽매여서 작업 자체가 더디면 기본에서 문제가 생기죠. 작업하면서 생각하는 게 당연하긴 한데, 생각에 얽매이지는 말란 얘기예요. 언제나 여러 분은 콘티를 재밌게 짜고 수정을 반드시 한다라는 관점으로 작업하세요. 이 수정할 때 페이지를 재밌게 사용하도록 최선을 다 하라는 뜻입니다.

8) 불확실성의 파워

 

. 스토리텔링의 기초 마지막 장입니다.

 

죽 읽어보면 제가 좀 전에 한 얘기라는 거 알겠죠? 제목만 읽어봐도 알겠네요. 계속 이렇게 중복이 되는 이유 아세요? 그건 제가 얘기 도중에 자꾸 삼천포로 빠져서 그래요. 복습되고 좋잖아요.

 

. 70페이지 봅시다. 본문 중간에 굵은 글씨 있죠? 일단 제 혓바닥 때문에 영어는 팽개치고 한글만 읽을게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리는 일이다.

 

이걸 단적으로 설명하는 옛 성현의 말씀이 있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내 차례가 다가오는 시간이 더 짜증나죠.

 

아까 말했듯이 사람의 성격은 균형을 맞추려는 버릇이 있어요. 포로들을 순서대로 총 쏴서 죽이는데 중간쯤에 주인공이 있어요. 앞사람이 하나하나 죽을 때마다 독자는 긴장해요. 왜 긴장할까요? 총에 맞으면 죽는데 문제는 죽을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주인공은 뭘 하려고 했는데 아직 못 했어요. 뭘 해야 이야기의 균형이 맞는데 조금만 지나면 죽어요. 죽으면 균형이 안 맞아요. 그래서 다들 주인공이 죽을까봐 걱정하게 되는 거예요.

 

복습 하나 할게요. 주인공이 뭘 하려고 했다는 걸 독자가 아는 건 무슨 드라마죠? 주관적 드라마죠. 죽기 직전의 상황에 빠진 건 객관적 드라마고요. 이 용어를 외우라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이 독자가 빠져들기 쉽다는 걸 몸에 배게 하라는 거예요. 어차피 몸에 밸 거 뭐하러 외워요. 나중에 저처럼 강의하게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여러 분은 그냥 몸에 배게만 하면 돼요.

 

이렇게 주인공의 바로 앞까지, 아니면 주인공 머리에 총을 겨누는 순간까지 독자의 몰입도가 심해지죠. 그리고 결과를 궁금해 하죠. 여기서 다음 회에 계속이러면 이게 뭐죠? 아까 말했죠? 절단 신공.

 

주인공을 쏴서 죽였다. . 주인공이 죽으면서 , 이거 해야 하는데 못 했네.’ 생각하며 눈 뜨고 죽는다. 이건 배드앤딩 쪽이 아니라 작가 자살이죠. 독자의 균형 감각이 완전히 무너지는 앤딩이 되어버려요. 이걸 좋아하는 독자도 일부 있지만, 이 세상에 있는 사이코패스의 수만큼 적어요. 대중적 관점에서는 이런 앤딩은 삽질이에요.

 

죽였어도, 이걸 해결해야 하는 다음 이야기가 필요해요. 어떻게든 주인공이 하려고 했던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해요. 그게 실패건 성공이건. 그렇게 해서 독자의 균형감각을 맞춰줘야 해요. 이렇게 주인공을 죽여서 하려던 일을 못 하게 한 다음에 다른 사람 이야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없지는 않아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니벨룽겐의 반지죠. 거기서 불사신이던 지그프리드가 죽고 그 부인이 복수를 하는 얘기로 가죠. 원래는 불사신의 몸으로 먼치킨이 돼서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게 이야기의 초반 구조였는데, 애를 갑자기 죽이고 복수극으로 얘기가 바뀌죠. 이건 거대한 서사극이니까 가능했어요. 어쨌건 이렇게라도 독자의 균형감각을 채워줘야 해요.

 

정리할게요.

 

어떻게 되었다보다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가 더 긴장감을 유도한다. 이유는 독자가 어떻게 되었다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물건 사기 전에 돈부터 주면 사기 치는 장사꾼이 많아요. 물건 넘길 때까지 돈 안 주면 좋은 물건 받을 확률이 높아지죠. 그러니까 독자가 원하는 걸 바로 주지 말고 내가 원하는 몰입도에 빠질 때까지 안 주고 버티세요. 그게 극적 긴장감이에요.

 

이 얘기도 마찬가지로 기술적 부분이니까 퇴고할 때 맞춰주는 거죠. 이야기를 만들 때는 마음껏 하세요, 일단. 그래야 재밌으니까요.

 

퇴고에 대해서 짤막하게 설명하겠습니다.

 

퇴고하는 방법이 무척 중요해요. 시나리오 강의에서 배우는 모든 기술적 부분이 사실 퇴고에 써야 제일 효율적인데, 시작부터 쓰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퇴고하는 법을 모르는 분이 많아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퇴고하면 할수록 이야기가 길어지는 사람. 퇴고하면 할수록 그림이 꽉꽉 차는 사람. 뭔가 부족한 거 같아서 계속 더 그리고 더 집어넣고 그런 경우 있죠?

 

원래 처음 퇴고할 때는 집어넣는 것보다 빠지는 게 많아야 해요. 쓸 데 없는 걸 빼는 작업 후에 꼭 채워야 할 부분에 추가로 뭔가 넣는 작업이 퇴고예요. 더 집어넣고 더 집어넣는 건 퇴고가 아니라 제2창작이죠. 그렇게 한 작품은 또 퇴고해야 해요. 퇴고했는데 집어넣은 게 더 많다. 그건 다시 한 번 고민하셔야 해요.

 

.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부터 세부적인 기술을 공부할 텐데 진행이 좀 빠를 거예요. 가급적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실습에 들어가야죠. 만약 시간이 부족하면 실습과 병행하면서 진행할게요. 한 학기라도 확실히 재밌는 이야기 하나쯤은 만들고서 끝나면 기분이 좋잖아요. 수고하셨습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19
41
384331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492